평창 망신시키는 『일제강점기 신문기사로 보는 평창』

전형민 승인 2020.04.13 10:34 의견 2

 평창문화원에서는 『일제감점기 신문기사로 보는 평창 : 3 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그러나, 본문만 861쪽에 이르는 이 책은 오히려 평창군을 망신시키는 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 읽을 수 없는 오자와 잘못된 번역

첫째, 틀린 글자가 너무 많아 책을 읽을 수 없을 수준이다.

먼저 1쪽의 본문을 살펴보자

 평창군 수해 후보(後報)

1913-08-72-02면-05단 매일신보

과일래(過日來) 호우로 강원도 평창군에 출수가 있어 다대한 피해가 있음은 이미 알린 바와 그 후 조사를 한 즉 죽은 자 2명 부상자 3명 백위불명자 3인 가옥의 유실붕괴파괴 합 30 침수 가옥 22 이로 인한 손해 약 사백사십 원 수전(水田) 둔 택지원야 차로 등의 손해 합계 오천칠백 원 금부 손해는 축의 사상(死傷)을 제하고 실로 육천원이오 또 영월군에서도 범람출수로 인하여 유실가옥 2 익사자 3, 시체표착 4요 그 지역 피해는 不尠[적지 않음] 하다더라. 

불과 190자의 기사에 한자 투의 단어와 잘못 읽어 적은 글자 등 무려 10군데가 틀려 내용파악이 아예 불가능 하다. 이 기사는 다음과 같이 고칠 수 있다.

 평창군 수해 속보

1913-08-72-02면-05단 매일신보

지난 호우로 강원도 평창군에 하천이 범람하여 피해가 컸음은 이미 보도한 바, 그 후 조사 내용을 파악한 즉 죽은 자 2명 부상자 3명 행방불명자 3명 가옥의 유실 붕괴 파손 약 30호 침수 가옥 22호로, 이로 인한 손해 약 440원이며 논 화전 택지 차도 등의 손해 합계 5,700원으로 전체 손해는 사람과 가축이 죽고 상한 것을 빼고도 실로 6,000원이다. 또한 영월군에서도 강이 범람하여 가옥 유실 2호, 익사자 3명, 떠내려 온 시체 4구로 그 피해는 적지 않다.

 지금은 쓰지 않는 한자 투의 단어, 한자를 잘못 읽은 오류 등 원문을 그대로 게재하는 것이 훨씬 나을 듯하다. 이러한 오류는 거의 모든 쪽에서 발견되고 있어, 책을 출간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교정 교열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감수 및 현대어 해석을 맡은 강원도민일보 이사 박미현 문학박사는 이 책의 자료해제에서 “온라인 신문원본을 평창 관련 주제어로 검색하여 해당기사를 뽑아내어 스크랩하고 현대어로 옮겼다.”고 적었다. 평창문화원이 평창군에 제출한 사업추진 실적보고서에는 사업성과로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하여 자료집으로 발간”하였다고 적었다. 과연 위에 적은 기사의 예로 보면 현대어 인지 아니면 암호인지 알 수 없는 수준이다.

 예산을 투입하여 제작한 자료집의 제 1 쪽의 기사가 해독 불능인데, 이 책의 발간용역을 맡은 강원도민일보사의 용역수행책임자나, 사업추진을 책임진 평창문화원의 책임자나, 혹은 예산을 교부하여 이 사업을 수행하도록 한 평창군청의 담당자 혹은 수행과장 중의 어떤 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진지하게 한번이라도 들추어 보았다면, 이 책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민간 회사가 용역을 시행하여 이 책을 제작하였다면, 이런 책은 출판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예산을 책정하여(평창군) 사업수행기관을 정하고(평창문화원) 그 사업수행기관이 수의계약으로 정한 용역업체(강원도민일보) 어느 곳의 어떤 담당자나 책임자도 이 책의 품질에 대하여 책임감을 갖지 않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 원문누락 10%, 가치없는 자료집

 이 책의 2쪽을 보자.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선 평창 최부작(最不作)

1913-12-15-02면-03단 매일신보

강원도 본년 미작은 한(旱)수해를 입지 아니한 지방은 예년보다 약 12할의 중수이나 기타는 일반 일할 내지 2할의 감수인데 취중 정선, 평창 양군 지방은 수해가 심하여 최부작이요 전작(畑作)에도 대개 부작이다.

  이 기사는 원문 스크랩을 누락하여 기사가 완성되지 못하였다. 사진 뒷 부분의 원고를 누락하여 수록하고 ‘현대어’로 고쳐 실은 것도 그 부분을 누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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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자료집에 실린 첫 번째 자료는 읽을 수 없는 오류투성이에 번역도 안된 기사이며, 두 번째 자료는 신문원본에 실린 부분을 누락하였다.

 이러한 누락은 이 책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1쪽부터 103쪽까지 총 100개의 기사 중에 수없이 많은 오자 탈자 및 한글 맞춤법과는 상관없이 전체의 10% 정도인 10개의 기사는 현대어 기사의 내용이 누락되거나 원본이 누락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0개의 자료 중에서 10개의 자료가 온전한 상태로 실리지 않은 자료집은 자료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 수많은 자료의 누락

두 번째, 이 책은 평창군의 예산을 보조금으로 교부받아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발간한 자료집으로, 제목은 『일제감점기 신문기사로 보는 평창』이다. 일제강점기는 1910년 8월 29일 이후 1945년 8월 15일까지가 최소한의 시간적인 범위이다. 그러나 이 책에 수록된 신문기사는 1913년 8월27일부터 1943년 6월25일까지로, 마음대로 수록범위를 정해 일제강점기라는 책 제목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의 신문조사 사진파일 스크랩 및 감수를 맡은 강원도민일보 이사 박미현 문학박사는 이러한 점에 대해 책에 실린 글을 통해 “검색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였으나 누락도 있을 수 있다.”고 변명하고 있으며, 전화통화를 통해 ‘그 시기의 자료는 찾지 못했다’고 말하였으나, 이 책에서 참고하였다는 온라인 아카이브에 단 한번의 검색으로도 이 책에 실리지 않은 시기의 자료도 검색이 된다.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신문아카이브’에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같은 기간 평창이란 단어로 기사 검색을 하면 총 1,171 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이 기사 중에 이 책에 수록한 853건은 어떤 기준으로 수록한 것인지, 혹은 수록한 기사의 약 37%에 이르는 기사를 누락한 것인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전체 기사 중에 일부만을 수록할 수도 있고, 또 약간의 누락이 있을 수 있으나, 단 한번의 검색결과보다 37%가 작은 자료만을 ‘누락’이라는 변명으로 수록하지 않고 있는 자료집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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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평창관련 신문기사 검색화면

 ▶ 역사왜곡의 오류까지

 세 번째, 이 책은 역사왜곡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감수자이자 현대어 해석자인 강원도민일보 이사 박미현(문학박사)는 자료해제에서 “백정 계층 신분 해방과 실질적인 사회적 처우 개선운동인 형평운동은 1927년부터 평창에서 시작되었다.” 고 적고 있는 바, 1923년 일본에서 시작된 형평사 운동에 대한 이러한 왜곡된 서술을 평창문화원의 이름으로 발간한 자료집에 그대로 수록하고 있는 것은 이 책의 제작과정 전반에 걸쳐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라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책 26면에는 “대규모의 상평창(常平倉) 이백만석 수용”이라는 기사가 수록되어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은 일본 도쿄에 커다란 창고(常平倉)를 짓는다는 내용이다. 상평창이라는 단어에 단지 ‘평창’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 커다란 창고를 일본의 예산을 들여 짓는다는 기사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자료집에 포함되어 있어 발간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 잘못 인쇄된 책도 배포 가능성

 마지막으로, 이 책의 인쇄본은 두 가지 종류가 있으며, 그 중 한 가지 인쇄본은 사진 및 기사가 겹치게 인쇄된 여러 장의 잘못 인쇄된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바, 이 책의 제작인쇄를 책임진 강원도민일보의 관계자는 ‘ 제작비가 워낙 적고 책이라는 것이 인쇄가 모두 완벽할 수 없다. 실정상 모든 책을 제대로 확인을 못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평창문화원에서는 잘못 인쇄된 책이 몇 권이나 되는지 전혀 모르고 있으며, 본사의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잘못 인쇄된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내용도 자료집으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인쇄도 엉망인 자료집이 평창군의 이름을 달고 이미 여러 지역의 도서관이나 박물관 등에 배포되어 평창군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끄러운 자료집이 발간된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첫째, 보조금으로 수행한 사업의 성과평가에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평창군은 사업완료 후 납품된 도서의 상태나 계약이행의 여부 등은 살펴보지 않았다. 평창문화원 사업추진실적보고서에 의하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하여 자료집으로 발간” 하였다고 성과를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평창군청의 사업담당자는 “한자를 잘 읽지 못하여 그 책의 내용이 어떤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으며, “별도의 감수나 자료집의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 다만, 예산집행의 내역과 영수증 등 예산집행내역은 제출받아 검토를 하였다.”고 사업수행의 성과평가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이 사업을 담당한 평창문화원의 관계자도 “평창문화원 자체에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인력이 없는 실정이며, 빠듯한 예산에 별도의 검토를 위한 예산을 책정하지 못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둘째, 보조금으로 이루어 진 사업에 계약관리도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평창문화원과 강원도민일보와의 계약위반사항은 다음과 같다.

 내  역

계약 물량 

납품 물량 

차 이 

신문조사사진

파일스크랩

 1,000건

853 건

147건 

 발간인쇄

 상 하 권 300 부

 1권 300부 

 상 하 권 분책 

 1,000쪽 이상

 893쪽

107쪽

 납품일

 2019.11.30.

 2019.12.25.

 25일 지체

평창문화원 혹은 평창군청에서는 정보공개신청을 하여 본지에서 이러한 계약위반 사실을 파악한 시점까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산을 집행하는 두 기관의 무감각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용역업자 선정과정도 사업추진의 성공적인 완수라는 목표 이외의 다른 이유가 개입한 흔적도 있다. 평창문화원의 관계자는 “ 재작년에는 OO일보에 사업을 하나 주었으니, 작년에는 00도민일보에 사업을 주게 되었다”는 언급을 하고 있어 수의계약의 관행적인 악습이 평창군의 투명한 행정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일제강점기 신문기사로 보는 평창 : 3· 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 이 책은 하루 빨리 배포를 중지하고, 배포된 책을 회수하여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코로나 19로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한푼이라도 아껴야 할 예산으로 이러한 부끄러운 자료집이 발간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평창문화원과 평창군의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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