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기 五臺山記

허목,『기언 記言』,1689

전형민 승인 2021.09.28 21:34 의견 0

한계산(寒溪山) 동쪽이 설악산(雪嶽山)이고 설악산 남쪽이 오대산인데, 산이 높고 크며 골짜기가 깊어 산 기운이 최대로 쌓인 것이 다섯 개이므로 오대(五臺)라고 부른다. 최북단은 상왕산(象王山)인데 산이 매우 높고 험준하며, 정상은 비로봉(毗峯)이다. 그 동쪽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가 북대(北臺)인데 감로정(甘露井)이 있다. 비로봉 남쪽이 지로봉(地爐峯)이고, 지로봉 위가 중대(中臺)인데 산이 깊고 기운이 맑아 조수(鳥獸)가 살지 않는다. 승 효례(曉禮)가 이곳에 부처를 모신 것이 없으니, 이곳이 가장 깊은 산중이다. 중대에서 조금 내려오면 사자암(獅子庵)이 있는데 우리 태상신무왕(太上神武王 태조)이 창건한 것으로, 참찬문하부사(參贊門下府事) 권근(權近)에게 명하여 사자암기(獅子庵記)를 짓게 하였다. 옥정(玉井)이 있는데 아래로 흘러 옥계(玉溪)가 된다.

북대 동남쪽이 만월봉(滿月峯)이고 그 북쪽이 설악산이다. 만월봉의 정상이 동대(東臺)이고, 동대에서 흐르는 물이 청계(靑溪)가 된다. 동대에 올라 붉은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

상왕산 서남쪽이 장령봉(長嶺峯)이고 그 위가 서대(西臺)이다. 서대에는 신정(神井)에서 샘물을 길어오는데 이를 우통수(于筒水)라고 이르는바, 한송정(寒松亭)의 선정(仙井)과 함께 영험 있는 샘으로 알려져 있다.

장령봉 동남쪽이 기린봉(麒麟峯)이고 그 위가 남대(南臺)이다. 그 남쪽 기슭에 영감사(靈鑑寺)가 있는데, 이곳에 사책(史冊)을 보관하고 있다. 상원사(上院寺)는 지로봉 남쪽 기슭에 있으니, 산중의 아름다운 사찰이다. 절의 동쪽 구석에 큰 나무가 있는데, 가지와 줄기가 붉고 잎은 회(檜)나무와 비슷하다. 서리가 내리면 잎이 시드는데 노삼(老杉)이라 부르며, 비파(枇杷)나무라고도 한다.

상원사를 구경하고서 중대에 오르기까지 5리이고, 또 북대에 오르기까지 5리이며, 서쪽으로 장령봉에 오르기까지 10리이다. 청계까지는 15리이고, 남대까지는 10리이며, 또 남쪽으로 10리 지점에 월정사(月精寺)가 있다. 월정사 위가 관음암(觀音庵)이니 서쪽으로 종봉(鍾峯)과 마주하여 굽어보고 있는데, 종봉은 장령봉 서남쪽에 있다. 이상은 가장 큰 것을 들어 기록한 것이다.

이 산은 흙이 많고 돌이 적으며, 나무는 회나무가 많다. 산중의 물이 합류하여 큰 내가 되는데, 남대 동쪽 계곡에 이르러 반야연(般若淵)이 되고 월정(月井) 아래에 이르러 금강연(金剛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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