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립한국자생식물원 신창호 원장

전형민 승인 2022.07.30 16:17 | 최종 수정 2022.07.30 16:26 의견 0

지난 7월 4일(월)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이 개원하였다. 진부면에 있는 최초의 민간식물원인 한국자생식물원이 1년여의 준비를 거쳐 '국립'으로 문을 다시 문을 연 것이다. 그동안 한국자생식물원을 가꾸어온 김창열 전 원장이 지난 2020년 11월 국가에 기부의향서를 제출하고, 2021년 6월 국유재산으로 이관하여 1년여 동안 국립식물원으로서의 체제를 갖추기 위해 준비작업에 몰두하여 온 신창호 국립한국자생식물원 초대원장을 만나보았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 신창호 초대원장

전형민 편집인 :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을 소개해 주십시오.

신창호 원장 :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병내리 405-2에 있으며, 기부면적 7.4ha에 국유지 0.2ha를 빌리고, 산림청에서 2.4ha를 추가 매입하여 총면적 10ha를 관리면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보유식물은 희귀식물인 눈주목 등 1,423종(초본 1,249종, 목본 183종) 총 209만 본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전형민 편집인 : 한국자생식물원은 김창열 전 원장께서 30여 년간 가꾸어오신 민간식물원이었습니다. 특히 자생식물의 수집, 증식, 보전에 열심이셨는데그만 화재로 인해 많은 식물자원을 잃어버리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자라나는 자생식물을 중심으로 식물원을 가꾸어 온 거의 유일한 자생식물원으로의 위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국립으로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신창호 원장 : 사실 개인이 운영을 해오셨다는 게 참 어렵죠. 2022년 현재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등록된 사립수목원은 전국에 28개가 있습니다. 다들 굉장히 어려워하거든요. 왜냐하면, 다른 일들은 기계로 대신할 수도 있지만, 식물원에서 하는 일은 일일이 사람 손이 가야 유지가 됩니다. 1년만 풀 안 뽑으면 그냥 풀밭에 버리거든요.

그러니까 식물원이라는 게 식물을 수집하고 증식하여 적절한 장소에 심고 관리하고, 심었던 식물이 적응하지 못하여 사라지면 또다시 증식해서 심고 하는 작업의 연속입니다. 그러니까 인건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분야입니다. 관람객 수입만 가지고는 이익을 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김창열 전 원장님의 의지와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이 식물원을 유지해 올 수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전형민 편집인 : 한국자생식물원을 이끌어 오신 김창열 원장님의 소중한 노력 덕분에 국립한국자생식물원 개원이 가능했던 것이네요. 지난 1년간 국립으로서의 전환을 준비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 국립으로서 달라진 식물원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

신창호 원장 : 무엇보다도 먼저 국립식물원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이행하기 위한 시설 확충에 기관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용객의 안전한 관람환경 조성을 위해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고 있으며 2023년 연구동 신축을 목표로 현재 실시설계를 진행 중입니다. 아울러 국립한국자생식물원만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여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희귀식물, 멸종위기 식물, 희귀식물 등을 중심으로 보전, 전시 그리고 교육 기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더 나아가서 보전에만 그치지 않고 자생식물 보전 및 복원센터를 설립을 통해 자생식물의 복원 등 활용과 확산거점으로서 역할을 강화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우리 식물원에 자라고 있는 식물 중에는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식물도 있습니다. 기존의 기린초보다 병해충에도 강하고 환경 적응성도 강하여 정원용 식물로 굉장히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식물 이름을 우리 식물원이 있는 평창이라는 지역명을 한번 붙여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새로운 식물의 품종에 평창의 이름이 붙으면 평창을 좀 더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런 식물자원을 여기서 우리 식물원이 보물 창고 역할만 하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소재로 쓴다든지 여러 가지 정원이나 조경에 활용한다던 외국에 들어온 외래식물을 대체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것들이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신창호 원장 :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은 민간에서 운영하던 식물원이 국립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평창군 정원사협회에 사단법인으로 등록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한번 만나 뵙고 지역사회와의 협력방안 구상을 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더욱 교류를 갖고 좀 구체적으로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지역사회의 역량있는 분들과 함께
다양한 교육 및 체험행사를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고 지역민들의 소득창출에 도움이 되도록 ---"

우리 식물원에 인력이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방문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서비스가 부족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분들하고 같이 협력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역량 있는 분들과 함께 다양한 교육 및 체험행사를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저희는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고 지역 분들은 소득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은 올해부터 바로 시행하려고 합니다.

전형민 편집인 : 네 지역사회와 협업을 준비하신다니 평창군민으로서 퍽 다행으로 생각이 듭니다.

신창호 원장 : 또 하나가 평창군에 야생화 재배 농가들이 꽤 있으시더라고요. 다른 지역보다 자생식물을 재배하는 기술과 경험도 많으셔서 우리 식물원과 협력할 수 있는 일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창군이 “해피700”이라고 합니다. 사람에게 가장 살기 좋은 기후조건이라는 의미인데요. 식물에도 해발 700m는 굉장히 장점이 되는 기후입니다. 평창에서 적응 가능한 식물은 대한민국에 어디든 적응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식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에 매우 춥고 여름에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면서 낮에는 온도가 오르기 때문에 평창지역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추위와 병해충 등에 적응하는 힘이 강합니다. 앞으로 정원식물이나 조경 식물을 개발할 때 평창은 Test-bed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창에서 검증되면 전국 어디에도 적응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정원식물과 조경 식물의 공급처로서 평창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자생식물을 보급하는데, 좋은 제도적 기회도 생겼습니다. 산림 헤쳐진 땅 복원에 예전에는 외래식물을 심었는데 이제는 법적으로 우리 자생식물로 복원해야 합니다. 또한, 국가나 지자체에서 정원을 조성할 때에도 최소 20%는 자생식물을 반드시 심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앞으로 자생식물을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며 자생식물을 재배하는 농가에도 많은 경제적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전에는 자생식물의 판로가 없어서 농민들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정원산업이나 산림복원 등에 자생식물을 활용토록 제도화되었기 때문에 산림청이나 지자체나 잘 매칭만 시켜주면 충분히 우리 자생식물을 키우시는 분들이 충분히 경쟁력 있게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역할 중재자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전형민 편집인 :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관리면적이 10ha이고 희귀식물인 눈주목 등 1,432종, 209만 본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시원이 13개소라고 하셨습니다. 국립한국식물원으로 이러한 자원을 모두 관리하고, 여러 가지 일하시기에는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하지는 않으신지요?

신창호 원장 : 현재는 11명의 인력으로 출범하였습니다. 내년에 연구동이 지어지고 관람 온실 그리고 야생화군락지도 복원이 되면 온전한 식물원으로서 국민께 서비스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집니다. 그때는 현재의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단계적으로는 30명에서 40명 사이로 인력을 확대해 가려고 합니다. 또한, 자생식물 보존 복원센터를 설립하여 복원연구와 활용을 함께 하는 식물원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전형민 편집인 : 새로운 일들이 많아지겠네요. 새롭게 출범하는 식물원이 자리를 잡으려면 어려움이 많으시겠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신창호 원장 : 저는 산림청 연구직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운이 좋게도 수목원 업무만을 줄기차게 해온 것 같습니다. 공무원으로서 국립수목원에서 22년 정도 근무하였고, 이후에 공공기관으로 옮겨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개청과 개원까지 업무를 하다가 다시 국립세종수목원의 개청과 개원까지 업무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의 개청과 개원을 하기 위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기관에서 개원 전문요원이 되었습니다. 기관을 새롭게 출발시키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만 그래도 설립된 기관이 자리를 잡고 발전해 가는 것을 보면 보람도 있습니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도 개원은 되었지만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앞으로 주어진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각오입니다.

전형민 편집인 : 식물원을 많이 다녀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자생식물원에 여러 번 와서 산책도 하고 명상도 하였습니다. 봄날 조그맣게 피어난 꽃을 보면서 '저 꽃의 이름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을 가져보는 정도가 제가 식물원을 대하는 태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식물원이 우리 생활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신창호 원장 : 우리 어렸을 때는 사실 대가족 속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의 식물에 대해 배워왔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어떤 것은 먹을 수 있고 어떤 것은 먹으면 안 되는 것이라는 걸 다 배웠고, 길 가다가 넘어져 울고 있으면 할아버지가 쑥을 뜯어서 붙여주시면 피가 멈추던 일 등 생활 속에서 자연을 배운 것이지요.

이제 갈수록 지구 환경이 악화하고 누군가는 지구의 그 자연을 지켜내야만 하는데 자연을 이해하고 알아야지 지킬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생활 속에서 지켜야 그게 유지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대하는 마음 자세 또 자연의 소중함, 이런 것들을 몸으로 익혀서 함부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또 자연이 아플 때는 자연을 돌봐줄 수 있는 그런 교육들이 이제 되고 그런 것들이 더더욱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평창의 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해서 고사리 손으로 키워낸 희귀색물과 특산식물을 전국에 씨앗보내기와 어린이 나무 보내기 등 행사를 ...."


그래서 식물원이나 수목원들이 그런어렸 역할들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평창군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은 연계 프로그램을 좀 많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연계하여 찾아가는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자 합니다. 1학교 1 식물 즉 학교들과 자매결연을 해서 아이들과 함께 우리 자생식물을 지키고 가꾸어가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고사리손으로 키워낸 희귀식물과 특산식물을 전국에 씨앗 보내기와 어린나무 보내기 등 자생식물의 확산에 도움이 되고 아이들은 자연을 이해하고 지켜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어려서부터 교육받고 체험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렸을 때 받은 자연 교육은 그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어서도 자연에 대한 올바른 인식하게 되는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전형민 편집인 : 늘 새로운 식물원을 개원하시느라 애쓰시는데, 이제 평창군에 오셨으니, 이 식물원을 중심으로 평창군민과 함께 결실을 보는 역할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신창호 원장 : 3만 불 4만 불 시대로 달려가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데, 자연환경에 묻혀서 좀 여유를 갖고 힐링하고 또 그런 힐링 에너지를 가지고 다시 또 일터로 가서 일하고 하는 패턴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제 평창이 중심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평창에는 산림이 많지 않습니까. 차를 타고 가면서도 정말 가로수를 그냥 심는 게 아니고 하나하나의 나무가 건강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 가는 그런 아름다운 평창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해피700 말 그대로 해피700 평창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쉬어가고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는 평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 꿈을 이루는데 우리 식물원이 일조를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

전형민 편집인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이 평창군민에게 사랑받고, 또 평창의 발전에 함께해주시길 바라며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명품 식물원으로 자리 잡길 기원하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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