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을 더 늘리고 싶은데 식탁이 좁아서 더 놓을데가 없어요.”
월정사 앞 식당가는 매년 5월 8월 10월을 제외하고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비수기다. 손님은 줄었지만 사장님은 오히려 반찬수를 줄이는 대신 보조테이블을 짜 넣어 테이블을 넓혔다.
작지 않은 테이블이 좁게 느껴질만큼 가짓수가 많은데도 구색맞추기식 반찬은 좀체로 눈에 띄지 않는다.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고 제철 나물맛을 최대한 끌어낸 내공이 느껴지는 손맛이다.
산채정식을 주문하면 산채종류만 17가지, 찌개를 포함한 일품요리가 7가지, 김치류가 3가지가 나온다.
이재희(48) 사장은 봉평출신으로 한때 원주에서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식당을 운영하시던 어머니 건강이 악화되면서 모친의 고향인 진부로 돌아와 식당을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매년 봄 4월에서 6월 사이에 오대산에 올라 누리대, 명이나물(산마늘), 산당귀, 단풍취, 곰취, 우산나물, 얼레지, 눈개승마, 전호나물(바디나물), 두릅, 개두릅, 지장나물(풀솜대)등과 가을엔 표고버섯 노루궁뎅이버섯 능이버섯 송이버섯 느타리버섯 산느타리버섯 먹버섯(까치버섯) 밤버섯등을 직접 채취해 손님상에 내고 있다.
3년이상 된 막장으로 끓인 된장찌개 맛도 일품이다.
“막장도 직접 담금니다. 2년마다 정선에서 콩을 사다 메주를 띄워요. 여간 힘들고 손이 많이가는 일이 아닌데도 사다 쓸 생각은 없어요”
산에서 함께 채취한 자연산 돌배, 마가목, 야관문등으로 담금주를 만들어 단골손님상에 내놓기도 한다.
자연산 산채정식과 곤드레밥이 계절과 관계없이 잘 나간다.
월정사 앞 식당가 ‘오대산 산채마을’은 4-5년전 산채마을 특구로 지정되었고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기존의 낡은 건물들을 철거하고 깔끌한 외관으로 재건축되었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산채가 있냐고 묻자 사장님의 얼굴이 밝아진다.
“누리대(누룩취)랑 오대산 명이나물은 정말 맛도 좋고 귀한 고급나물입니다. 예전엔 이 누리대가 없으면 모내기를 못했죠. 그래서 모내기철만 되면 강릉등지에서 가마니로 이 누리대를 사갔죠. 이 나물을 먹으면 모내기때 상반신을 구부려도 신물이 넘어오지 않거든요.그리고 명이나물도 울릉도산 보다 향도 훨씬 좋고 부드럽습니다”
아쉽게도 누리대는 워낙 소량이라 봄철에 와야만 맛을 볼수가 있단다.
실제로 누리대는 여러 가지 효능중에 위장을 보호해주고 비위기능을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영동지방에서는 이 누리대가 없으면 모내기 잔치를 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2020년 새해 소망을 묻자 주저없이 부모님 건강을 강조하며 선하게 웃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