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어 양식의 시작 , 평창
평창읍 삼방산 자락 4천여 평의 부지에 자리 잡은 한 송어 양식장. 바닥이 환하게 들여다 보일만큼 깨끗한 수질의 수조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고 양식장 곳곳에서 밝고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10여만 마리나 되는 송어들이 마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활기차게 뛰어 오르며 힘을 자랑한다. 이곳은 전(前) ‘강원도립양어장’ 터로 대한민국 송어양식의 본산지 중 한 곳인 ‘평창송어양식장’ 전경이다.
한때 우리에게 ‘숭어’라고 잘못 알려진 ‘거울 같은 강물에 송어가 뛰노네…’ 라고 시작되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위대한 작곡가 F. 슈베르트의 가곡 ‘The Trout’(송어:피아노 5중주 A장조 4악장 D.667)가 연상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가곡은 최초 번역자의 단순 실수로 판명나 ‘숭어’에서 ‘송어’로 정정되기까지 수십년이나 걸렸다.)
대한민국 송어양식의 역사는 지금부터 5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3년 부임하여 ‘산으로 가자 바다로 가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박경원 제14대 강원도지사가 강원도 농민 소득증대와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내수면 양식에 관심을 갖고 적당한 어종을 찾던 중 송어에 주목하였다. 그는 미국 산업 시찰길에 올라 미국 캘리포니아 국립양어장도 방문한다. 차고 깨끗한 1급수 맑은 물에서만 자라는 송어는 청정지역 강원도 내에서 양식하기에 가장 적합한 어종이란 확신을 갖는다.
1965년 1월 3일 미국 캘리포니아 국립양어장에서 항공편으로 송어 발안란(發眼卵) 1만개를 들여와 화천댐 인근에서 첫 시험 부화를 시도한다. 이어 치어 부화단계까지는 성공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다수가 폐사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화천댐 인근의 수온이 너무 낮았고 사료에도 문제가 있었다. 미국이 넘겨준 사료 자가제조 매뉴얼에 따라 사료를 만들어 먹였지만 우리 상황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산 사료를 구입해 쓰려 했지만, 달러가 부족했던 시절이라 사료 수입도 단순히 쉬운 일 만은 아니었다.
이에 도내에 샘물이 풍부하고 수온이 적당한 적임지를 다시 찾던 중 용천수가 풍부한 평창지역이 가장 적합한 곳으로 선정된다. 당시 낮은 수온으로 쌀농사 등이 어려웠던 평창이 오히려 그 낮은 수온으로 인해 송어를 양식하기에 적당한 곳으로 선정된 것은 일대 반전이 아닐 수 없다.
1967년 현 평창송어양식장 자리에 ‘강원도립양어장’이 들어선다. 평창에서 야심차게 시작한 송어양식은 여러 가지 부침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성장한다.
1960년대 당시로선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양식 기술과 적합한 사료공급, 소비시장 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맞닥트렸고 결국 1975년 도립양어장이 민간에 이양되며 관이 주도하던 송어양식 산업은 민간양식 체제로 이어진다.
다만 박경원 전 도지사의 차남 박상우 강원수산 대표에 따르면 “부친은 69년 도지사직을 물러난 이후에도 사단법인 한국내수자원연구소를 운영하는 등 송어에 대한 사랑은 내려놓지 않았다”고 한다.
민간으로 이양된 송어양식산업은 고전을 몇치 못했다. 송어 전용사료가 없어 번데기와 어분을 사다 빻아 먹여 키웠고 다 자란 송어의 소비를 위해 송어횟집이 하나 둘 들어섰지만 낯선 음식에 대한 홍보와 인식부족으로 반응이 싸늘해 이중고를 겪는다.
1965년 들여온 송어발안란 포장상자
983년 송어양식은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당시 KBS ‘꽃피는 팔도강산’이란 프로그램에서 평창송어양식장이 자세히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송어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반응을 얻는다.
평창의 송어 횟집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이 몰려들자 전국 곳곳에 송어양식장이 생겨나고 국내 사료회사들도 앞 다투어 송어 양식에 맞는 사료를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88년 서울올림픽과 더불어 송어양식 산업은 절정의 전성기를 맞는다. 송어양식장은 한 때 전국적으로 400여 개소에 달할 정도로 활황을 이루었다.
80년대 전성기를 이룬 송어양식은 90년대 이후 몇 차례 기복을 겪는다. 전국적으로 생겨난 송어양식장으로 인해 공급이 과잉되면서 가격이 폭락했고 한때 인기를 끌었던 향어와 역돔 등의 다른 어종과도 경쟁해야 했다. 또한 90년대 들어 몇 차례 이어진 전염병 즉, ‘비브리오 패혈증’등 민물종인 송어와 아무 관련도 없는 상황들로 인해 송어 양식 산업에 큰 타격을 겪었다.
특히 2005년 제기된 ‘말라카이트 그린’ 사태는 그 심각성이 더했다. ‘말라카이트 그린’은 물 곰팡이 억제성분으로 국내 한 언론사에서 ‘국내 양식수산물에서 발암의심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이 발견되었다‘고 보도하자 국내 모든 횟집에 손님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하고, 정부에서는 해당 물질의 사용을 금지시키겠다고 하여 사태를 악화시킨다. 정부는 다시 발암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우왕좌왕하여 수산양식업계와 국민들은 혼란에 빠트린 사건으로 송어양식 산업도 이때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결국 정정보도가 되었지만 이미 많은 수의 양식장과 식당이 폐업을 한 이후였다.
이후 지방자치제도가 자리를 잡고 지방마다 특산물과 지역환경 등을 내세운 각종 지역축제시대가 열리며 송어양식 산업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평창은 2007년 진부면 주민들이 앞장서 ‘평창송어축제’를 시작해 올해로 13회 째를 맞고 있다. 송어축제는 현재 평창을 선두로 강화 양평 가평 파주 청평 등에서 매년 겨울마다 송어관련 축제를 열며 송어축제는 겨울 대표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 평창송어축제
대한민국 한겨울 대표축제중 하나인 송어축제도 바로 평창에서 열린다. 평창강 줄기인 오대천에서 매년 열리는 ‘평창송어축제’는 올해로 13회째를 맞으며 #평창 #겨울대표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해마다 가족 지인 연인단위 70여만 명의 인파가 평창에 모여 송어축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긴다. 오대천 위 총 9만여㎡의 구역에 조성된 얼음낚시터는 동시에 5,000명의 인원이 얼음낚시를 즐길 수 있는 큰 규모이다.
또 텐트낚시, 얼음낚시, 송어 맨손잡기 등 다양한 이벤트와 즐길거리 볼거리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황금송어를 잡아라’는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이다. 특정표식이 있는 송어를 잡으면 실제 황금으로 제작된 황금 기념패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유입된 관광객들은 송어축제 뿐만 아니라 축제장내 부스에서 평창 특산물을 구입하거나 평창지역을 관광하는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다만 지구촌 전체에 불어 닥친 심각한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인한 이상고온 현상 때문에 송어축제를 비롯한 겨울 축제들에도 비상이 결렸다. 높은 기온 때문에 1년을 공들여 준비한 각종 겨울축제가 취소되거나 연기 또는 일시 중단되는 사태를 맞고 있다.
평창송어축제의 경우 안전을 위해 얼음두께가 최소한 15㎝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고 비가 내려 얼음이 녹고 설치 구조물이 떠내려가 얼음낚시가 중단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올해 평창송어축제는 평년의 절반정도 수준의 입장객에 만족해야 했고 축제를 위해 공들여 키운 송어들이 납품되지 못해 평창관내 양식장들도 피해를 입었다.
1980년대 평창 송어양식장의 모습
1980년대 평창송어양식장 *평창송어의 미래 차고 깨끗한 1급수의 물에서 자라는 송어는 냉수성 어종으로 추위에도 활동량이 많고 햇고기가 나올 무렵인 겨울에 맛도 영양도 풍부해진다. 송어는 항상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어야 하고 샘물이 풍부한 청정지역에서 양식도 가능하다. 강원수산송어양식장에서.JPG 무지개 송어를 다른 수조로 옮기고 있다 [강원수산에서 촬영] 평창지역엔 석회암 용천수가 풍부한데 용천수는 지하수에 비해 비교적 얕은 암반지대에서 끌어올려지는 까닭에 수질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수온이 비교적 일정하고 칼슘과 마그네슘등 무기질 성분이 풍부하다. 이 용천수가 풍부한 평창읍과 미탄면 일대에 양식장이 모여 있고 송여양식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며 ‘송어길’이 생길만큼 평창은 명실공이 송어의 본고장이며 주산지다. 평창에서는 현재 15개 양식장에서 매년 680여M/T(매출추정 약70억), 전국 생산대비 17%-20% 의 송어를 생산 납품하고 있다. 평창송어는 2017년 1월 ‘지리적 표시(국립수산품질관리원 등록번호 제23호)’를 인증 받는 등 평창송어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평창군에서도 양식농민을 위해 설비 기자재 및 사료구입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앞으로 생산뿐 아니라 가공 및 관광을 연계한 6차 산업으로의 내수면 시설의 현대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평창송어양식장 김재용 사장 평창송어양식장 김재용(59) 대표는 “송어를 주로 회로만 즐기는 한국인들의 식습관으로 요리방법이나 다양하거나 송어관련 가공식품이 크게 발전하지 않는다. 전 세계 65개국에서 송어양식을 하고 다양한 가공식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송어를 주로 회로만 먹는 국가는 한국 단 한곳뿐이다”라고 한다.
강원수산 박상우 사장 박상우 대표의 생각도 비슷하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우리처럼 송어를 회로 즐기긴 하지만 신간센 열차에서 인기 있는 도시락 중의 하나가 송어를 간장에 조려내 만든 제품일 만큼 송어는 대중적이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2년정도 자란 900g - 1,500g 내외의 성어가 주로 팔려나가는 반면 일본에서는 6개월 정도 자란 어린 송어를 가공한 제품을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송어요리가 나와 있다”라고 말한다.
*송어에 대한 역사적 기록*
‘세종실록(世宗實錄)’과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강원도와 함경도 경상도 일부의 토산물로 소개되었으며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는 동북 강해(江海) 중에 나며 모양이 연어와 비슷하나 더 살이 찌고 맛이 좋다고 나와 있다.
담홍색 속살이 소나무의 결과 비슷하다 해서 송어(松魚), 유어때 자라던 곳으로 돌아오다 상처를 입는 과정에서 소나무 향기가 배어 난다하여 송어(松魚)라고도 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송어가 위를 편하게 하고 맛은 달고 독이 없다고 나와 있다.
송어는 단백질이 20% 정도로 육류와 비교했을 때 단백질 함량은 비슷하면서도 육류보다 칼슘함량은 훨씬 높다. 저지방에 칼로리가 낮고 등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여 순환계 질환(심혈관계 질환)도 예방해주고 노화도 억제해주는 착한 식품이다. 또한 다른 생선에 비해 철분이 많이 들어있어 빈혈에 좋고 칼슘과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도 풍부해 여성에게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