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생식물원 김창렬 원장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영원한 속죄’ 공원에서 한 관람객이 속죄하는 동상의 어깨를 툭툭 치며 질책을 하고 있었다. 청주에서 휴가차 왔다는 이 일행은 뉴스를 보고 들렀다며 “일본 정부가 사죄를 했으면 좋겠다.”며 말하고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7월 29일 오후. ‘사과하는 아베상’으로 알려져 연일 한국과 일본의 신문 방송에서 뜨거운 이슈로 다루어 지고 있는 ‘영원한 속죄’ 조각상 공원이 있는 진부면 한국자생식물원을 찾았다. . 이 조각공원을 조성한 김창렬(72) 원장은 일본인들의 항의와 각종 언론의 인터뷰와 문의 전화등으로 진땀을 빼고 있었다.
“누군가는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16년 한 작가에게 의뢰해 조각상을 만들고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한국자생식물원 김창렬 원장의 어조는 의외로 담담하다.
화재로 휴관중이었던 식물원이 다시 문을 연 것은 올 6월. 식물원 재개장과 휴관중 만들어진 조각공원을 알리기 위해 보도자료를 돌린 것이 시작이었다. 누군가가 sns에 조각공원의 정식 명칭인 ‘영원한 속죄’가 아닌 ‘사죄하는 아베?’라고 사진을 올리며 그것이 큰 화제가 되었다.
결국 29일로 예정된 이 동상의 제막식은 취소가 결정됐다. 하지만 ‘영원한 속죄’상을 아예 철거할 용의가 있는지 등을 묻는 일본과 국내 언론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국립공원 자락에 자리잡은 한국자생식물원. 김원장은 1982년 경기도 마석에서 야생화 농원을 시작하여 이듬해인 1983년 진부면 하진부에 자리를 잡고 야생화 농장을 운영해왔다. 1988년부터 200여억원을 투자해 한국자생식물원 조성을 시작하여 1999년 정식으로 개원, 식물원을 일반에 공개하였다. 이듬해인 2000년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 한국에서 가봐야 할 7곳’에 선정되며 하루 2,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가기도 했으나, 2012년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여 문을 닫았다가 지난 6월 6일 다시 재개관하였다.
“아베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한적 있지만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건 원치 않습니다
나를 철거하는 한이 있어도, 이 속죄상을 철거할 생각은 없습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8일 한국의 한 민간 식물원에서 소녀상에 무릎 꿇고 사과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모티브로 한 조형물이 설치됐다는 보도와 관련, “만일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보도에 대해 “사실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뒤 “국제 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한국 측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한 한일 합의의 꾸준한 시행을 계속 강력하게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제 사회에서 국제 예양(國際禮讓, international comity)이라는 것이 있다”며 “어느 나라건, 외국 지도급 인사에 대해 국제 예양을 고려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 예양은 국가 대표자에 대한 경칭 등 국가 간에 일반적으로 행하는 예의나 호의를 의미한다.
외교부 역시 “정부와 무관한 민간 차원의 행사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고자 한다”면서도 “정부로서는 외국 지도급 인사들에 대한 국제예양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민간이 사유지에 설치한 조형물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국제 예양’을 들어 문제제기 할 수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원장은 인터뷰를 하는 내내 언론사에서 걸려오는 전화와 안부를 걱정하는 지인들의 격려전화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혹시 이 일이 계속 커져서 한국 정부가 조형물을 철거하라고만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바램을 말했다.
개인이 조성한 식물원의 조형물을 철거하지 않고 끝까지 지키겠다는 당연한 외침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나라를 빼앗기고 한국의 여인들까지 빼앗긴 역사 앞에 한 개인이 꽃아놓는 작은 이정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