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우리군의 신흥선(68세)씨가 가톨릭농민회 전국부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의 1세대이자 평창 농민운동의 산증인인 신흥선씨를 만나려고 백옥포리 평창가농영농조합으로 찾아갔다. 창립자인 신흥선부회장과 현재 평창가농영농조합법인의 책임을 맡고 있는 백승진(58세)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남 장흥 출신인 백승진 대표는 2001년 귀농하여 신흥선 부회장을 만났고 이후 두 사람은 평창가농영농조합법인을 함께 하고 있다. 두분을 만나보았다.
◆ 신부회장님은 어떻게 농민운동을 하시게 되었습니까?
〈신흥선〉 저는 평창에서 태어나서 그 집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농사만 했습니다. 서울대 나오시고 지역에서 야학도 하시던 당숙이 소개해주셔서 가농과 크리스찬 아카데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크리스찬 아카데미의 농촌 지도자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거기서 농민운동, 지역사회운동에 눈을 떴고 이후 공부를 더 하려고 25세 때 크리스찬 아카데미 농촌지도자 장기전문가 과정을 다녔는데 1979년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이 터지면서 장기전문가 과정이 폐쇄되어 이수하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한명숙 전총리가 여성간사로 계셨고 이우재 전의원이 농촌간사로 계셨죠. 장기전문가 과정을 계속 했으면 좀 더 깊이 있게 공부를 했었을 텐데 아쉬었습니다. 그 때부터 농촌에서 돈이 중심이 아니라 공동체 중심으로 살아야겠다. 농업과 농민문제를 직업으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 평창가농영농조합법인을 어떻게 시작하셨는지요.
〈신흥선〉 백옥포리 마을 전체가 참여한 잡곡작목반부터 시작했습니다. 1978년에 작목반이 가농에 가입하면서 원주가농 연풍분회가 되었고 벌써 43년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소포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는데 원주가농에 잡곡을 소포장으로 납품했습니다. 가농의 ’착한 가격‘ 정책으로 시중보다 5% 정도 높은 가격을 받았었고 채산성이 좋으니 마을 전체가 참여했습니다.
◆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1세대이십니다. 언제부터 친환경농업을 시작하셨는지요?
〈신흥선〉 2005년에 잡곡부터 친환경농업을 시작했습니다. 가농이 ’착한 가격‘으로 구매해 주니 생산비에 일정 부분의 이윤까지 보장이 되어 재생산할 수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 후 채소로 친환경 농사를 확장했는데 당시에는 친환경 농산물이 생소했던 시절이라 오이고추 한 박스 팔려고 내면 농협까지 차에 싣고 가고 그랬죠. 그러다가 브로컬리를 했는데 시중에서 한 박스에 2만원 하던 브로컬리가 계절적 요인으로 전국에서 생산되는 지역이 우리 밖에 없다 보니까 6만 5천원이나 하더라구요. 그때부터 화본가, 십자화과, 과채과의 3가지를 윤작체계로 하여 본격적으로 마을 전체가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습니다. 윤작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100% 연작장애가 오고 병충해 때문에 친환경농사를 할 수가 없어요. 윤작을 하면 지력도 유지됩니다.
◆친환경농업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신흥선〉 전농이 생기면서 91년에 가농이 조직을 분리했습니다. 농민운동조직은 전농으로 합류하고 가농은 순수하게 생명농업을 하는 조직으로 역할을 분리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친환경농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백승진〉 가농이 생명농업으로 전환하면서 유기 순환농업이 가능하게 하려고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부산물이 가축의 사료가 되고 그 가축의 배설물로 퇴비를 만들어 밭에 주는 순환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농사의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친환경농사에 필요한 거름을 대부분 외부에서 구매하여 사용했는데 비용 문제도 있고 그 퇴비의 안정성 문제에서도 자유롭지가 않습니다. 대부분 산업적으로 축산을 하고 항생제를 쓰니까요. 농가들이 소를 30두 이내로 기르면서 수입 사료나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지역 농사의 부산물로 소를 키우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그런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 친환경 농업도 유기농, 무농약, 저농약 농업 등 종류가 있는데 조합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소개해 주십시오.
〈신흥선〉 유기농과 무농약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친환경농업협회 차원에서 저농약 농업은 제초제는 사용하지 않지만 합성농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농업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저희 조합은 유기농 70%, 무농약 30% 정도의 비율인데 무농약 단계를 넘어 유기농 단계로 들어섰습니다. 새로 가입하신 분들이나 일부 필지가 아직 무농약 단계인데 유기농으로 가려면 무농약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다섯 농가에서 100마리 정도 소를 키우고 있어요. 소도 그동안 자주인증이었는데 법적인 테두리로 들어가서 정부 인증을 받으려고 합니다. 무항생제 인증, 공적 인증을 받아서 신뢰성을 높이려 합니다.
퇴비도 모자라서 일부는 구매해서 사용하는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친환경농산물을 검사해서 비소나 농약이 검출되면 안 되거든요.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조사권이 있어 불시에 와서 검사를 하고 갑니다. 원주교구, 가농전국본부, 조합 거래처인 한살림, 아이쿱, 두레 등 이중 삼중으로 조사하고 관리합니다. 덕분에 소비자의 신뢰도는 높아집니다.
◆ 그동안 친환경 농업을 하시면서 많은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소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신흥선〉 무엇보다 김매는 게 문제입니다. 잡초와의 전쟁입니다. 제초제를 쓸 수 없으니까 일일이 사람이 잡초를 뽑아야 합니다. 일반 농사에 비해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죠. 밭둑도 2~3번은 깎아 줘야 합니다. 일반 농사 같으면 제초제 한 번 뿌리면 되는데 일일이 사람이 해야 하니까 힘들지요.
둘째로는 병충해 그 중에서도 충해입니다. 충해와의 전쟁도 치러야 합니다. 진딧물 때문에 몇 번 씩 농사를 망치기도 했습니다. 친환경약이 있는데 잘 안 들어요. 몇 번씩 뿌려서 진딧물이 먹거나 진딧물 몸에 묻어야 합니다. 충해가 제일 어려워요. 초기에는 약도 없었습니다. 가래나무 뿌리에 독이 있어요. 찧어서 강물에 뿌리면 물고기가 죽어요. 이 가래나무 뿌리를 찧어서 주정과 섞어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서 조직적인 방역체계도 갖췄고 친환경 농업 산업도 많이 발전해 여러 대책이 나와서 처음보다는 좋아졌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견학도 많이 가고 교육도 받고 15년간 공부하면서 해 와서 이제는 친환경 농사에 대해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지금도 가농 내에서 교육을 계속하고 있고 조합 내에서 꾸준히 서로 토론하고 배우면서 하고 있습니다.
◆ 주민들과 함께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신흥선〉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조합 출발할 때부터 판매가격이 좋았으니까요.
무농약 농산물의 가격이 일반 농산물보다 20% 높고 유기농 농산물은 무농약 농산물보다 가격이 20% 높아요. 정책적인 지원도 다양하게 있어서 쉽게 친환경농업으로 갔습니다. 가농은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백승진〉 친환경농사는 개인이 혼자 하기 어렵습니다. 혼자 하면 지쳐요. 몸이 지치니까 약 한번 치고 말지 그러다 무너져요. 그런데 모여서 하면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격려가 되요. 그래서 영농조합법인을 만든 거죠.
친환경농산물의 유통시장이 보편적 시장이 아니다 보니 개인적으로 판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산량, 신뢰도 등도 낮고 제 값 받기도 힘들어요. 법인을 만들어 조직화 된 농민들이 함께 하면 유통시장에서 선호합니다. 신뢰도가 높아지고 지속성도 있고 생산량도 많으니 가격 협상력도 좋습니다.
◆ 조합의 현황도 소개해주십시오.
〈신흥선〉 조합원은 17명이고 작년 매출은 10억 정도입니다. 용평면, 봉평면, 대화면 3개 면의 농민이 참여하고 계십니다. 마을 농가 중 일반농사를 하고 있는 3가구 외에 다 참여하고 있습니다.
〈백승진〉 조합원 각자가 자기 농사를 합니다. 조합에서 담당직원이 꾸준히 생산관리는 합니다. 월 1회 조합원 회의를 통해서 애로사항이나 근황, 정보 등을 공유합니다. 퇴비 등 농자재 구매도 대부분 조합에서 공동으로 구매하고 판매는 조합으로 단일화해서 합니다. 유기농 팝콘 단지도 우리 조합에서 하고 있습니다. 각 농가에서 팝콘용 유기농 옥수수를 재배하고 조합에서 수매해서 CGV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가농이 소비자들에게 도덕성 있는 조직으로 인식되어 있어 조합도 공신력이 있습니다. 이제 조합은 농사의 노하우와 안정적인 판로 등을 다 갖췄습니다.
조합원들이 공동체의 맛, 어울려서 생활하고 꿈꾸는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친환경 농업에 제도적인 지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개인이 하다 농사가 잘못되면 온전히 개인의 탓입니다. 아픔을 혼자 갖고 가야 합니다. 여럿이 함께 하니 어느 한 사람이 힘들 때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면서 어울려서 함께 극복할 힘이 생깁니다. 이제는 돈보다 공동체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조합만이 아니라 군 전체에서 조직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꿈도 갖고 있습니다.
◆ 평창군의 푸드 플랜, 공공급식 사업에 참여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업도 소개해 주십시오.
〈백승진〉 평창군의 공공급식을 친환경농산물로 바꿔보려고 저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평창군 공공급식추진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습니다. 군에서 공공급식과 관련된 조례 개정, 예산, 농산물 집하장 등 준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중에 로칼 푸드 매장을 2개 정도 개점하고 하반기에 로칼 푸드로 학교 급식도 시행할 예정입니다. 평창군을 4개 권역으로 나누어 마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도 했습니다. 각 마을 별로 농민들을 조직했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연기됐습니다만 곧 시작하려고 합니다. 친환경농산물로 다 할 수는 없고 일반 농산물을 포함한 로칼 푸드로 학교급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강원도도 연합 사업단을 만들어 친환경 학교 급식을 추진하려고 고민하고 있고, 우리 조합도 이사법인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조합이 이제는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어 올 해 2명의 인력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올 해는 공공급식을 집중적으로 준비하겠습니다.
◆ 이제는 가농영농조합이 조합 내부의 활동을 넘어 사회적 활동을 생각하고 계시는데 앞으로 계획을 소개해주십시오.
〈백승진〉 가농이 생명농업으로 조직의 방향을 설정한 후 시험의 연속이었고 공부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지역 농촌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이제 어느 정도 공부하고 실력을 쌓았으니 현실에 접목시켜 보자는 단계입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도시농협 판매사업 활성화를 중점 추진하고 있습니다. 평창에서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 보려고 협의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생산자 조직, 농협이 갖고 있는 물류·유통 능력의 지원, 농림부 등의 행정적 지원, 대도시의 소비자들을 묶어서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평창이라는 생산지역의 농민을 조직하는 것이 중요한데 농민 자체의 역량만으로는 규모의 한계가 있으니 군과 함께 중·소농 중심으로 대규모로 조직하는 것이죠. 설명회도 그런 일환입니다. 군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우선 공공급식을 통해 지역에서 소비하고 나머지 농산물을 경매시장이라는 착취적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대도시 소비자에게 바로 갈 수 있는 체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서대문구·성동구·성북구 등의 지자체가 소비자들을 조직해서 공신력을 바탕으로 생산과 소비가 직거래로 만나는 구조입니다.
〈신흥선〉 큰 시작입니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국민들이 어떻게 먹고 소비할 것인가 하는 큰 틀의 정책입니다. 농업의 공공화, 사회화라는 관점에서 우리 농산물을 먼저 공공영역에서 소비하고 민간영역까지 확장하여 사회적 먹거리운동으로 펼쳐나가야 합니다. 농촌이 자체적인 경제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지속가능한 농업이 됩니다.
〈백승진〉 농산물 가격의 폭등과 폭락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롭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득을 보는 건 오로지 유통자본 뿐입니다. 시장에만 맡기는 것은 국가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입니다.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초 농산물은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게 공공의 영역에서 책임져야 합니다.
〈신흥선〉 국가에서 쌀 수매제를 했듯이 기초농산물은 국가수매제를 해야 합니다. 어느 경제학자가 말했듯이 심하게 말하면 250만 농민이 한 작물을 심어서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구조가 되도록 국가가 자기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초농산물은 국가가 어느 정도 개입해서 계획생산을 해야 합니다. 농업의 특수성 때문에 폭등과 폭락이 되풀이 되고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식생활을 할 수 없으니 국가가 적절한 생산과 소비가 되도록 개입해야 합니다. 농산물을 그것도 돈 들여서 산지 폐기하는 것은 엄청난 국가적 자원 낭비입니다.
〈백승진〉 대농들은 당연히 시장으로 가야지요. 저희는 주로 중소농·고령농·귀농민 등 유통에 취약한 소농들을 대상으로 조직화 하려고 합니다. 이런 역할을 지자체가 해야 합니다.
◆ 친환경 농업이 오히려 폭등과 폭락 장세에서 안전한 거 같은데요.
〈신흥선〉 맞습니다. 소수의 생산자 조직과 소비자조직이 하고 있습니다.가농의 ’착한 가격‘ 정책처럼 생산과 소비의 신뢰관계 하에 책임 소비를 해주니까 가격이 무너지지 않고 안정적입니다. 가격 변동이 별로 없이 꾸준하게 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