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군 하리 선사시대의 고인골의 발굴과 보전

전용운 승인 2020.02.14 11:36 의견 1

[편집자 알림] 지난 20167월 평창읍 하리에서는 평창군 뿐 아니라 한반도 청동기 시대 연구에도 중요한 발굴이 있었다. 이 석관묘 발굴에서 2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청동기 시대 인골과 비파형동검이 발굴되었는데, 평창에서 발굴된 귀중한 유물이 현재는 강원대학교 박물관에 쓸쓸히 전시되어 있다. 평창에는 평창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인데, 현재로서는 평창을 떠나 강원대 중앙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평창읍 하리의 고인골과 비파형동검의 발굴부터 전시까지의 과정을 살펴본다

 

평창군에서 발굴되는 고대 유물 유적들

고고학적으로 볼 때 평창군은 지표조사를 통해 구석기시대에서부터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기의 유물이 수습된 바 있으며, 평창의 구석기 유적으로 두드러진 것은 미탄면 기화리의 쌍굴 유적으로 이는 단양의 금굴, 제천의 점말동굴, 연당의 피난동굴과 같은 석회암 동굴로 연세대 박물관팀은 시굴조사로 현존 우리나라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코뿔소, 원숭이 등의 뼈등 2~30여종의 동물뼈와 찌르게, 밀개등 구석기 유물을 발굴하여 현 연세대 박물관에 보관중이다.

  최근 평창읍 천동리마지리, 유동리종부리, 응암리, 후평리 등지에서 발굴조사가 이뤄져 선사에서 역사시대까지의 자료가 축적되고 있다. 평창읍 도돈리 평창강 북쪽 언덕에서 구석기시대 찍개, 찌르개, 긁개 등이 보고 되었고, 평창읍 유동리, 주진리와 후평리 일대에서 신석기시대 유물이 확인된 바 있다. 평창군에서 확인된 청동기시대 유적은 평창읍 주진리, 유동리, 상리, 하리 등 평창읍 전역과 진부면, 대화면, 용평면 등지에서 공렬토기 등의 무문 토기류와 석기류, 지석묘 등이 있으며, 철기시대 유적은 평창읍 임하리, 종부리, 응암리, 중리 대화면 하안미리 등에서 경질무문토기와 타날문 토기를 반출하는 주거지가 확인된 바 있다.

이상의 고고학적 조사내용을 통해 볼 때 평창지역에서는 평창강을 따라 선사에서 역사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기 동안 인간이 거주하고 있었음이 확인 되었다.

 하리 유물 발굴 경과

강원고고문화연구원이 20167월부터 발굴조사한 평창군 평창읍 하리(240-2번지일대) 건물신축부지 내 유적에서 청동기시대 판석조 석관묘로 판단되는 14기를 확인했으며 이 중 9기에서 피장자(‘무덤에 묻혀있는 사람을 말한다)의 매장부가 발굴됐다. 특히 2호 석관묘 내에서는 피장자가 확인되는 인골과 비파형동검(琵琶形銅劍)이 출토 되었다. 두 유물이 동시에 출토된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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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무덤 석관내 고인골 및 비파형동검 노출된 모습. 강원고고문화연구원 제공]

2016711일부터 동년 913일까지 2개월간의 현장조사를 완료 하였으며, 2년 동안의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의 뼈의 조직학적 분석, DNA분석, 콜라겐 추출 및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 등을 토대로 인골의 성별, 연령을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2호 석관묘 내에 있던 인골은 검출당시의 우측 대퇴골의 크기와 근육, 치아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몽골리안(동양인)의 범주에 속한 신장 160.4cm20대 전반의 여성인 것으로 확인 되었다.

이는 이후시대의 청동기시대나 초기철기시대의 여성보다도 10cm 이상이나 월등히 높은 신장에 해당되며 오히려 삼한시대 남성이나 삼국시대 남성의 신장과도 비교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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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무덤 출토 비파형동검. 강원고고문화연구원 제공]

이 여성의 인골과 함께 청동기시대의 동검 등 부장품이 발굴되었는데 특히 비파형 동검은 제례 의식을 지낼 때 이용되는 제기(祭器)로 제사장이나 정치적 지도자의 무덤 등지에서만 출토되고 있다. 이 동검은 2호 석관묘의 동장벽 중앙부근, 노출된 인골의 가슴~허리 측면에서 출토 되었으며 검신에 돌기와 결입부가 있는 비파형 동검으로 사진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가운데를 일부러 부러뜨려 매장한 것이다. 동검을 부러뜨려 매장한 사례도 한반도에서는 단 두 곳의 사례가 있을 뿐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의 성분분석, 미세조직 관찰 및 납동위원소비 분석을 진행하였다. 전체길이는 25.8cm, 검신길이 23.0cm, 검신너비 2.1~3.65cm, 두께 0.6~0.9cm로 이러한 특징은 전형적인 비파형동검으로부터 점차 달라져 가는 단계로 청동기시대 중기 단계 이후의 동검으로 판단된다.

 연구진은 발견된 여성은 우수한 신체 조건을 갖고 비파형동검을 소유했으며, 옥제품이 부장될 정도로 지위가 높아 과거 정치제의 수장 혹은 제사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되고 또한 그 동안 고고학계와 고대사학계에서 공동체의 우두머리는 남성이었으리라 여겨왔던 고정관념을 되돌아 볼 시점이 되었으며, 이 자료를 통해 고대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재검토 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평창읍 하리 발굴 유물의 보존과 전시

평창읍 하리에서 발굴된 여성의 인골은 한반도에서 발굴된 최초의 고대 여성 인골이며, 여성인골이 부러진 비파형 동검과 함께 발굴되었다는 점에서 고고학적으로도 많은 연구 과제를 던져주고 있는 중요한 유물이다. 이 하리의 유물 출토지는 현재 자동차검사장과 평창1급자동차공업사가 들어서 있고 표지판 하나 없이 방치되어 있으며, 출토된 석관묘와 인골은 강원대학교 중앙박물관에서 복원하여 2018년부터 전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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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중인 고 인골과 석관묘. 강원대 중앙박물관 제공]

평창군 문화관광과 윤일구 학예연구사는 평창군에 이 유물을 보전 전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나 평창군에는 선사시대 유물을 보전 전시할 박물관이 없습니다. 따라서 평창군이 요청하면 이 유물을 가져올 수 있는 조건으로 강원대학교 중앙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였다. 평창군 하리에서 출토된 역사적,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문화 유산을 평창군에서 전시할 장소가 없어 춘천시 소재의 강원대 중앙박물관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평창군민으로서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

 현재 2020년도 현재 강원도는 박물관이 96개로 서울 경기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의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원도 내 시군구별 박물관 보유통계를 보면 심각하여 춘천시 11, 강릉시 17, 원주시 8개로 전체의 37.5%가 이 3개 시에 집중되어 있으며, 동해시와 철원군 등은 아예 박물관이 없고, 평창군은 공립박물관은 없으며 사립박물관만 3개 운영되고 있어 강원도의 지역불균형이 문화부문에서는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리 발굴 유물의 평창으로 돌아와야 한다.

 양구군은 양구무룡리의 구석기 발굴 유적을 근거로 공립으로 북한강선사박물관을 건립한 예가 있으며, 화천군은 2006년 화천민속박물관을 개관하였으며, 화천군 하남면 원천리 출토 유물 전시를 통해 북한강 상류지역의 역사문화를 재조명하고 화천지역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대외에 알리기 위해 2016년 전시실 개편 및 확충공사를 진행하여 2017년 화천박물관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개관을 하여 청동기시대를 비롯한 철기, 한성백제 시대의 발굴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하리 유적에서 보듯이 평창의 유물은 다시금 평창으로 돌아와 태백산맥 영서의 역사와 문화를 자아낼 수 있는 청동기 유적의 박물관이 필요하다. 평창군이 올림픽으로 각광받는 도시가 된 지금이 평창의 하리 유물을 찾아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리 고조선식 청동검을 옆에 찬 고인골은 이 땅에 하늘이 열리고 산과 물이 어우러지는 천혜의 자연 속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이고 이 마을 수호자는 드높은 태양아래 번득이는 청동검을 높이 들고 평온하고 창성한 평창을 열어가는 평창의 먼 조상 선인들 입니다.”(‘후세백작의 지평/高柱浩’)의 글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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