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옥산 정상 육백마지기에는 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김예희 승인 2020.03.05 10:18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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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추워야 제맛’, ‘소설(小雪)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농촌에서 겨울눈은 보리 마늘 양파 등의 작물에 싹이 웃자라는 것을 방지해주고 녹아내리는 눈으로 다음해 농사에도 큰 도움을 준다.
삼한사온(三寒四溫) 이라기엔 멋쩍은 온화한 겨울날씨가 내내 반복되며 제대로 된 눈 한번 내리지 않더니, 입춘을 넘어서며 매운 추위가 며칠을 이어지고, 마침내 꿈처럼 함박눈이 내렸다.
눈이 내린 다음날 하늘은 거짓말같이 맑고 푸르렀다. 문득 해발 1,256m 청옥산 정상 육백마지기의 장엄한 풍광이 궁금했다. 평창역에서 49km, 1시간 거리를 달린다. 미탄면사무소를 끼고 좌회전 하여 2km를 달리니 청옥산 초입에 다다른다. 구불거리고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오르니 마침내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겨울왕국이 눈앞에 펼쳐졌다.
영화 ‘겨울왕국’에 나오는 가상의 설정무대인 ‘아르델 왕국’은 노르웨이의 항구도시 브뤼겐을 모델로 하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평창 청옥산의 설경이 그 원작이었다고 농을 던져도 그대로 믿을 만큼 산세와 설경은 닮아있다.
청옥산(靑玉山)의 어원은 조선시대의 기록으로 청옥(靑玉)이 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해발 1,256m의 고원으로 된 토산의 기름진 옥토이기에 옛부터 곤드레 나물 등 산나물이 지천으로 자라나고 고냉지 채소를 경작하는 화전민들이 모여 살았다 한다.
이 비교적 평탄한 지형으로 그 면적이 볍씨 6백 두락이나 된다는 뜻에서 지어진 ‘육백 마지기’가 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육백마지기’라는 멋진 명칭은 ‘금성(六白)’을 ‘맞이’ 하는 곳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만큼 육백마지기는 별을 관측하는 장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화전민들이 춘궁기에는 나물을 뜯어 끼니로 연명하는데, 일반의 나물은 주식으로 많이 먹으면 탈이 나지만 ‘곤드레 딱죽이’ 라는 사설의 가사에서 보이는 곤드레와 딱죽이(잔대) 나물은 주식으로도 연명할 수 있기에 지금까지도 청옥산은 우리나라 산나물의 대표적 산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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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옥산이야 노름노름해 꾀꼬리단풍이 들거든
  뒷집에 총각 낭군아 동박 따러 가세.
육백마지기 도느네 실안갠 눈비나 주려고 도련만
    소녀 눈전에 도느네 청년이 누구를 바래 돌겠나
육백마지기 돼지마 감자를 첫 찜 드려놓고  
    곤드레 쌈에 된장을 발라서 많이 드시고 가세요.
육백마지기 퍽퍽 무너져 육지가 평지가 되더래도
    당신하고 나하고 마음 변치 맙시다
재작년 봄철이 또다시 돌아 왔는지-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주기가 또 올라오네!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 임의 맛만 같다면
   올 같은 흉년에도  봄살아 나겠지.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주기 세지를 말어라
    나물 뜯으러 가는 핑계로 님 상봉 가자.
한치 뒷산에 떡갈잎이야 나날이 퍼드러 지는데
    우리 집의 부모님은 나날이 늙어 가시네
한치 뒷산에 떡갈잎이야 옥양목 광목만 같다면
    조선 천지에 우리 백성이 맘 놓고 살지
황정장산 중허리 굵으나 굵은 소나무
    경복궁 대들보로 다팔려 나간다
황정산(황장산) 저 꾀꼬리는 음성도 좋다
    우리 님의 음성과 비슷도 하다
서발장대가 돌돌 굴어도 거침이 없는 신작로
    총각낭군이 가자고  할 적에 왜 못따라 갔나
반달같은 우리오빠는 대동아 전쟁 갔는데
    샛별 같은 우리 올캐는 독신 생활한다
소나무 쓸 만한 거는 전붓대로 나가고
    논밭에 쓸 만한 거는 신작로로 나간다
미탄 땅이 살기 좋대서 내가 살러왔더니
    돈 그립고 님 그리워서 나는 못 살겠네
참나무 모시대를 내가 뜯어 줄거니
    한치뒷산 한산중허리로 날따러 오게
청옥산 말랑에 노루 사슴이 놀구요
    우리 집 울안에는 임자 당신이 노네요
청옥산 멀구야 다래는 얼크러 설크러 지는데-
    나는 언제나 임을 만나서 얼크러 설크러 질거나
청옥산 떡갈잎은 나날이 퍼드러지는데      
    우리 집에 부모님은야 나날이 늙어 가시네.
한질 담 너머 두질 담 너머 꼴 비는 저 총각
    청옥산 산중 허리로 날만 따라 오게.
평창같이 살기 좋은데 살려만 오세요
   그물 같은 물밑에도 해당화가 핀대요“
『평창아라리 가사집』 (평창군, 2005.1.25.)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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